뮤지컬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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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응식 수의사가 말하는 <캣츠>
나응식 수의사가 말하는 <캣츠>
2020-10-14

글 | 나응식 수의사

 

사람들의 고양이와 개에 대한 가장 큰 인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전만 하더라도 고양이의 경우 입양해서 현대사회에서 같이 생활하기 편한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매일 배변 배뇨를 위해서 산책을 나가야 하거나 목욕을 자주 시켜야 되는 개의 경우와는 달리 관리적인 측면에서 고양이는 많은 수고가 들지 않는 것처럼 보여졌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경우 화장실만 준비해 주면 배변 배뇨 활동도 스스로 하고 산책을 시켜줘야 되는 수고스러움도 없으며 그루밍을 통해 스스로 청결 관리까지 하는 아주 편안한 반려동물이라고 오랜 기간 동안 여겨졌다. 지난 3년간 EBS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반려묘 문제행동 교정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참여하여 진행하면서, 이러한 고양이에 대한 선입관으로 인해 많은 고양이들이 강박증, 배뇨 실수 그리고 다묘가정의 다툼 등과 같은 많은 문제행동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애묘인들에게 솔루션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 ‘아직 우리는 고양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였다. 동시에 많은 분들이 ‘우리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였다.

 

평균적으로 한 가구당 입양하여 같이 생활하는 고양이의 숫자는 1.5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개의 1.3마리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다묘가정을 선호하는 애묘인들의 성향에 비해 실질적으로 고양이를 많이 이해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고양이에 대해서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 우리는 고양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들을 잘 모를까? 고양이의 수명이 평균 15년이라고 하였을 때 우리의 인생과 함께할 수 있는 고양이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와 그리고 함께하는 우리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해 줘야 될 것이다. 그들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각각의 고양이가 가진 성향에 대해서 이해가 필요하나 평생 1.5마리 정도의 고양이와 인연(묘연이라고도 한다)을 맺는 경험에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터넷에는 ‘냥바냥’ 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고양이들의 각각의 성향의 성향 및 성격들은 다르며 이를 ‘각묘각색’ 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선입관을 없애고 20마리 이상의 다양한 캐릭터의 젤리클 고양이들의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통해 보여주며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다채로운 고양이들의 성격과 관계에 대한 이해의 세계로 애묘인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뮤지컬 <캣츠>다.  뮤지컬 <캣츠>는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는 연작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5개의 연작 시를 뮤지컬로 만들었으며 젤리클 무도회를 통해 환생할 한 마리의 고양이를 선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메모리’라는 노래로 인하여 그리자벨라라는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캣츠>에서 주인공 고양이는 없다. 나오는 각각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모든 고양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성격에 맞게 고양이를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과 춤은 실체 고양이가 무대에서 뛰어노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고양이 행동학적인 관점에서 <캣츠>는 실체 고양이의 사회와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우선 젤리클 고양이들의 지도자로 나오는 올드 듀터러노미 그리고 사회자 겸 부지도자로 나오는 멍커스트랩이라는 고양이는 남자 배우가 맡는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의 세계는 모계사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암컷이 리더 역할을 하며 고양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 또 암컷 고양이는 다른 암컷의 고양이와 공동체를 형성하여 새끼 고양이 양육을 돕는다. 그러므로 적게는 두 마리의 암컷 고양이들이 공동육아를 책임지고 가족들을 이끌며 다른 수컷 고양이들은 사냥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양육에 관여하게 된다. 성별적인 면에서는 뮤지컬과 실체 고양이 사회는 다르기는 하지만 지도자와 부지도자가 있다는 측면 그리고 그들을 지켜주고 돌봐주는 역할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젤리클 사회를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갔던 그리자벨라를 통해 공동생활을 하다가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고양이 사회를 볼 수 있다. 고양이는 공동체를 형성하다가 빠르면은 생후 4개월 또는 1년이 되었을 때 독립하여 개별적으로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전까지 어미 고양이에게 사냥법과 같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학습하고 배운다. 개에 비해서 사회화 기간이 짧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극 중에서 그리자벨라는 다른 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다시 젤리클 사회로 돌아오는 설정이며 기존 젤리클 사회의 고양이들에게 배척을 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자신의 주 생활지를 잡고 1키로 내외의 활동 반경을 가지며 살아가는데, 영역에 민감한 고양이의 특징상 다른 영역에 가서 자리를 잡고 생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 지역의 텃새를 부리는 고양이들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그리자벨라가 젤리클 사회를 떠나 다시 돌아왔을 때 노쇠하고 이마에 상처가 있다라는 설정은 고단한 고양이의 삶을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시 젤리클 사회로 돌아왔을 때 융화되지 못하고 배척을 당하는 모습은 일반 고양이 사회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또 검비고양이 역할의 제니 애니 닷은 낮에는 게을러 보이지만 밤에는 열심히 어린 고양이들을 교육하는 모습은 실제 고양이 사회에서 어미 고양이가 독립하기 전의 새끼 고양이들을 교육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젤리 로럼과 같이 같이 어린 고양이들의 육아와 학습을 맡아서 한다는 점도 고양이의 모계사회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많은 캐릭터의 고양이들이 나오지만 항상 예민한 모습을 보여주는 드미터 고양이, 관능적이고 섹시한 고양이로 인기가 많은 봄발루리나 고양이,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은 하얀 고양이인 빅토리아까지 정말로 다양한 성격들의 고양이들을 젤리클이라는 고양이 사회를 통해서 <캣츠>는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실체 고양이와 무대에서 펼쳐지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본다면 더욱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알기 어려운 고양이라는 생명체와 사회를 시각화화고 인간의 몸짓으로 표현한 <캣츠>는 애묘인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될 공연일 것이다.

 

나응식 수의사는?

수의사이자 칼럼니스트, 애묘인들에게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로 그레이스 동물병원 원장이자 한국 고양이 수의사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고양이 행동 교정 전문가로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 SBS ‘최화정의 타워타임’의 고정 패널로 반려동물 상담을 진행하는 등 다수 미디어에 고정 출연했으며 스포츠경향, 네이버 동물공감 판 등에서 칼럼을 기고했다. 또한 반려묘 관련 서적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유튜브 ‘냥신TV’와 팟캐스트 및 네이버 오디오쇼 나우에서 ‘캣토피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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